제작: 그라나다 TV (UK)

 

제레미 브렛 (셜록 홈즈)
에드워드 하드윅 (왓슨 박사)

 

*** 셜록 홈즈의 귀환 ***

 

원작 : 아서 코난 도일

 

번역 : fithelestre@sanori.net

 

마이클 쿨버 (머스그레이브)
제임스 해절딘 (집사 브런튼)

 

#3. 머스그레이브 가(家)의 의식문

 

각색 : 제레미 폴
(Edgar Award 각본 부문 수상작)

 

공기 좋구만

 

야외 사냥도 하고

 

낚시도 할 수 있겠지

 

게다가 서섹스 최고의 요리도
먹을 수 있어, 안그래?

 

홈즈?

 

레지널드 머스그레이브도 있지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의 후손이라며

 

내 대학 동창이기도 해

 

학부 동급생들 사이엔
그렇게 인기가 있진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남들에게 오만함으로 비쳐지던 모습은

 

실제론 타고난 수줍음을
감추려는 게 아닌가 싶더군

 

어쨌든 나는
그의 창백하고 야윈 얼굴이랑

콧대 높은 태도를 떠올리면

 

항상 회빛 아치길,
세로창살 달린 창문과

 

고색창연한 봉건시대 성채의
폐허만 생각난다네

 

허, 그렇게 맘 내키지 않았으면
왜 초대는 받아들인 거야?

 

권태로움을 벗어나고 싶었기도 하고

 

자네가 베이커 가의 우리 방을
정돈하자고 계속 조르길래

 

내가 언제 계속 졸랐다고 그래

 

그래서 초창기 사건들을 순서대로
정리하며 주말을 보내기로 했네

 

-초창기 사건?
-내 전기작가가

 

-나를 빛내주기 전의 것들이지
-그 이전 기록이 있단 말야?

 

응, 전부 해결된 건 아니지만
꽤 흥미로왔던 사건들이야

 

탈레톤 살인사건의 기록이랑

와인 상인 밤베리 사건,

늙은 러시아 여인을 둘러싼 모험,

내반족 리콜레티랑
*발바닥이 안쪽으로 굽는 병

그의 비참한 아내가 한 진술도 있고

알루미늄 목발에 관한
기이한 사건도 있었지

알루미늄 목발?

아, 그건 꽤나
주옥 같은 사건이지

 

이 사건들, 내가 좀 기록해도 되려나...

 

그러든가

 

뭐, 자네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겠군

구시대 유물 구경을 한다고
집주인이랑 노닥거릴 테니 말야

 

- 저택엔 관심이 안 가나?
- 썰렁해서 죽을 것만 같아!

 

역사 그 자체잖아
여기 사는 이들도 그렇고

 

전에 자네가 방문하고 온 후에

 

집사랑 꽤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이름이 뭐더라, 브런스튼?
-아, 브런튼

 

일자릴 잘못 잡은
젊은 전직 교사라네

 

몇개국어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한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할 줄도 알지

 

자기 주인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사람이야

 

왓슨, 이제 예의를 갖춰야 해

 

브런튼!

 

-홈즈 선생님, 다시 뵈어 기쁩니다
-내 친구이자 동료인 왓슨 박사일세

 

-헐스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홈즈!

 

머스그레이브,
이쪽은 내 친구이자 동료인 왓슨

 

반갑소
정말 오랜만이야

 

-그렇구만
-그동안 어찌 지냈나?

 

꽤 바빴지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내가 영지를 관리하게 되고

 

지역 하원의원도 하게 되었지
근데 보아하니...

자넨 아직도 그 실용적인 능력에
기대고 있는가 보군

대학 때 늘 우릴 놀라게
하던 능력 말이야

그래, 여전히 내 기지를 써서 먹고 살지
근데 부인은 어찌 지내시나?

 

홈즈, 난 결혼한 적 없는데

 

현명한지고!

 

저 창문은 1596년에 지어졌죠

 

이 저택은 국내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로 여겨집니다

 

-북방 출신의 같은 성씨를 몇 아는데...
-원래 북방에서 유래합니다

 

가문의 한 분가(分家)가
북방 머스그레이브 씨족에서 갈라져 나와

 

-17세기초 서(西)서섹스에 정착했죠
-아하

(촬영지 : Baddesley Clinton 저택
영국 중부 Warwickshire, 15세기 건물)

 

홈즈?

 

홈즈?

 

(역주: 어린이 여러분은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_-)

 

(역주: 이후 보시듯이
맛이 갑니다 -_-+)

 

브랜디 더 드시겠습니까?

 

아니 됐네, 브런튼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장담하는데 사실이랍니다

 

위임장이 이쪽에 있으니 보시죠

 

루퍼트 왕자가 직접 서명한 겁니다
랄프 조상님께서 남기신 거죠

 

에지 힐 주둔 기병단에 계셨죠
*1642년 발발한 왕당파-의회파 내전의 격전지

 

루퍼트 왕자의 인장과 위임장이야, 홈즈
*찰스 I세를 도와 싸운 왕당파 중심인물

 

정말 놀라운데!

 

이게 당시에 착용하신 신발이죠

 

-주인님, 실례합니다만...
-응?

 

그 신발은 그분의 형제인
롤랜드께서 쓰시던 것입니다

 

그래, 맞아

 

우리 집사는 이전에 교편을 잡아서요

그의 박식엔 한수 접어줘야 한답니다
심지어 우리 가문 내력에 대해서도요

 

나는 이제 됐네

그만 쉬어도 좋아

 

참, 브런튼?

 

레이첼은 어디 있나?

 

좀... 열이 있어서
방에 올라가 쉬라고 일렀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홈즈에게서 브런튼의
특이한 재능을 들었습니다

 

지난번에 들렀을 때가 기억나네

 

나한테 프랑스어로
몇시간을 설명하더라고

 

피콜로의 기원을!
* 가장 높은 음을 내는 목관악기

 

이런 직책에 오랫동안 만족하며
머물러 있는 게 대단하군요

 

그게, 제 느낌엔...

 

편안하게 지내 와서 변화를 꾀할
추진력이 모자라나 보군요

 

뭐, 그렇죠

 

헐스톤 저택의 집사는
방문객은 누구나 기억하는 명물이에요

 

원참 자네도 별소릴

 

헌데 이 걸물(傑物)에게도
한가지 결점이 있습니다

 

바람둥이에요 / 허허!
*돈 후앙 : 스페인의 전설적 호색가

이런 조용한 시골 지역에서야
별난 일은 아니긴 합니다

 

그 친구, 결혼하곤 아무 문제 없었는데
상처(喪妻)한뒤론 문제가 끊이지 않았어요

몇 달전엔 다 정리하고
마음을 잡을 거라 여겼죠

우리집 하녀인
레이첼 하울즈랑 약혼했거든요

헌데 걔를 차버리더니 사냥터지기 딸인
자넷 트레갤리스랑 좋아지내더군요

레이첼은 착한 애지만
웨일즈 여자 특유의 괄괄함 탓에

이젠 퀭한 눈으로 마치 유령 마냥
저택 내를 떠돌고 있답니다

 

레이첼?

 

잘 잤나, 홈즈
레지널드 경도요

 

고맙네

 

오늘 아침에 브런튼 못 봤나?

 

-괜찮아, 안 데었네
-죄송해요

 

별거 아니야

 

여자가 기절하네, 왓슨

 

얘야, 열이 대단하구나

 

일하면 안 되겠어
가서 쉬어야겠는걸

 

오늘 일은 안해도 된다, 레이첼
기운이 좀 나거든 다시 나오너라

 

-전 괜찮습니다, 주인님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야

 

가서 쉬어야 해

 

-괜찮아요
-가서 누워 있거라

 

그리고 가는 길에 브런튼을 찾아
내가 보잔다고 일러라

 

집사님은 갔어요

 

가다니? 어딜 가?

 

가버렸어요

 

방에도 없고요
아무도 못 봤어요

 

네네, 가버렸어요

 

가버렸다고요!

 

진정해라

 

괜찮다니까

 

살살 다루게
진정하거라, 레이첼

 

살살 다루라니까
진정해, 레이첼

 

침대에 잠잔 흔적은 없군

-집 안은 수색해 봤나?
-창고부터 다락까지 다 봤네

 

여자 말대로 아무 흔적도 없어
도망간 거야

 

어떻게 떠날 수 있었는지 납득이 안가는데?
창문과 문도 모두 굳게 잠겨 있고

 

오밤중에 도주하는 이가 자기 소지품은
물론이고 돈과 시계까지 놔두고 가겠나?

 

음, 하녀에겐 진정제를 좀 놔 주고

 

제 임의로 연락을 해서
간병인을 불렀습니다

 

심각한 신경증을 일으키고 있으니

 

절대 잠시도 혼자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 여자가 브런튼이랑 약혼했다는 여잔가?

 

레이첼 하울즈, 맞아

 

-웨일즈 기질이 다분한 처자군요
-왓슨도 참

 

자, 집안의 하찮은 사정 때문에
내 벗들의 주말을 망칠 생각은 없으니

 

계획대로 사냥을 나가도록 하지요

 

그러다 보면 뭔가 간단한
설명이 떠오를 겁니다

 

홈즈!

 

잘 했어, 왓슨

 

홈즈?

 

홈즈, 왓슨 박사님껜 말해 드렸는데
지난 밤에 일이 좀 있었네

 

이 사건에 뭔가 서광을 비춰
줄지도 모를 일이야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네만...

 

자네의 조언을 구하고 싶어

 

어리석게도 저녁 식사 뒤에
커피를 블랙으로 마신 탓에

 

잠을 못 이루다
2시쯤 포기하고 일어났네

 

서재에서 읽다 둔 소설을 갖고
오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자네도 짐작할 걸세

 

문은 열려 있고
틈새로 빛이 새나오고 있었거든

 

자러 갈 때 분명히 램프를 끄고
문을 닫은 걸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히, 처음엔 도둑이 들었구나 싶었지
(왜 집안에 저런 물건이;;)

 

이게 내가 준 신뢰에 대한 보답인가?

 

우리 가문의 문서를 훔쳐보다니!

 

내일 당장 그만두고 나가게

 

머스그레이브 주인님

 

저는 이런 망신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제 자리를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이런 망신은 죽음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를 절망으로 내모시면
주인님께도 누가 될 것입니다

 

뭐?

 

저를 기어이 내치시겠다면
한 가지 부탁만 드리겠습니다

 

한 달만 말미를 주시면
제 의지로 그만둔 것처럼 떠나겠습니다

 

한달은 너무 길다

 

해고되는 건 감당할 수 있습니다만

 

다 아는 사람들 앞에서
내쳐지고 싶진 않습니다

 

참작의 여지 따윈 없다, 브런튼
네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거니까

 

허나 대놓고 망신을 주고 싶진 않구나

 

1주일을 줄 테니 그때 아무거나
좋은 이유를 대고 떠나도록

 

1주일이요?

 

겨우 1주?

 

2주, 적어도 2주는 주셔야 합니다!

 

아니, 1주일 뿐이야!

 

그 정도도 많이 봐주는 것이니 그리 알아

 

이상한 건 그가 정말 남고 싶어
안달이었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명백하군요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심사숙고 끝에

 

잠적한 것처럼 보이려고 결심한 거죠

 

아마도 새 여자 친구의 도움을 얻어서요

 

자넷? 천만에요

 

걔는 자기 애비랑
호수 반대편에 살 뿐더러

 

그런 꾀를 낼 머리가 있기나 한지
의심스런 애죠

 

그... 브런튼이 살펴보았다는
종이 조각 말인데

 

해고당할 위험을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나?

 

전혀 없어
쓸모없는 쪼가리야

 

그래도 뭔지 보세

 

그냥 관례적인 괴상한 문구의 복사본이야
머스그레이브 의식문이라고 부르지

 

우리 가문에 전하는 독특한 의식인데

 

모든 머스그레이브 가(家)의 남자는
성인이 되면 반드시 이걸 외어야 하네

 

이상한 문답이군

 

날짜는 없지만 ...

 

17세기 중엽 스타일로 기록되어 있는걸

자네랑 왓슨이 이걸 내게 읽어 주겠나?

 

전 안 봐도 됩니다, 박사님
외우고 있거든요

 

- 누구의 것이었나?
- 가신 분의 것입니다

 

- 누가 가져갈 것인가?
- 이후에 오실 분입니다

 

- 태양은 어디 있었나?
- 떡갈나무 위에

 

- 그림자는 어디 있었나?
- 느릅나무 밑에

 

어떻게 걸었는가?

 

서쪽으로 8하고 8,
남쪽으로 7하고 7,

 

서쪽으로 6하고 6, 남쪽으로 5하고 5,
다음 2하고 2,

 

그리고 그 아래

 

- 그걸 위해 무엇을 바칠까?
- 우리 가진 모든 것을

 

- 왜 바쳐야 하는가?
- 신의를 지키기 위해

 

보물찾기 같은데요

 

아뇨, 저희도 어릴적에
그걸 풀어보려 애쓰곤 했지만

 

의미 있는 곳에 이르지 못했어요

 

브런튼이 어제 이전에도 이걸 봤을까?

 

가능한 일이지
이런 거 숨긴다고 고심하진 않았으니

 

-허나 이걸 봐서 대체 뭘 하려고?
-기억하던 걸 확인하려 했겠지

 

자네가 말하길
그가 지도 같은 걸 들고 있다가

 

들켰을 때 주머니에 쑤셔넣었댔지?

 

딱 그렇게 보였다네

 

그럼 이 의식문을 다시 살펴봐야 해

 

이 수치들은 분명히
어떤 정해진 장소를 가리키고 있어

 

문서의 나머지 부분이 암시하는 곳이지

 

-두 개의 이정표가 주어졌지?
-그래, 떡갈나무랑 느릅나무

 

저기 떡갈나무 왕초가 있구만

 

영지에서 가장 오래된 고목이긴 하지

 

노르만 정복 때도 여기 서 있었겠는데
*노르망디공(公) 윌리엄 1세의 영국 정복 (1066)

이것만은 확실해
이건 거기 적힌 그 나무가 아냐, 홈즈

머스그레이브 집안 대대로
풀어보려 애썼어

 

이곳의 절반은 파헤치고 다녔다네

 

자네 말이 옳아, 머스그레이브
이건 의식문에 적힌 그 떡갈나무가 아니네

 

이 부근에 또 큰 떡갈나무는 없나?

 

저택 주변 1마일 반경엔 없어

 

태양은 어디 있었나...

 

떡갈나무 위에...

 

이봐, 오늘은 아무것도 못 알아내겠네
날씨가 바뀌었어

 

-안녕하세요, 나리
-안녕한가, 자일스

 

깊이가 8피트나 됩니다

 

가엾은 것

 

그래도 찾을 희망은 가져야죠
아직까진 사체를 못 찾았으니까요

 

아직 아무것도 못 건졌습니다
거의 다 뒤졌는데도요

 

뭔가 있습니다!

 

뭐가 들어 있나?

 

값나가는 건 없구만

 

이런 건 언제 누가 버려도 이상하지 않네

 

아냐, 최근에 버려졌어
아니면 가방이 젖어 썩었겠지

 

그럼 어제밤에 하녀가!

 

그 여자가 소택지를 지나갔다는 건
설명이 되는데

그후 어디로 가버린 거지?

 

정말 아무것도 없어, 홈즈

 

녹슬고 변색된 금속조각이랑
돌덩이만 가득해

 

-브런튼은 어디 간 걸까
-레이첼도요

누군지 몰라도 왜 이딴걸 호수에
던지는 시간낭비를 한 건지

 

수수께끼는 세 가지가 아니라
하나뿐이라네

 

바로 그 하나를 풀면다른 것들도 풀릴 거야

 

자네 조상들이 간과한 이 문서에서
브런튼은 뭔가 찾아낸 게 틀림없어

 

그러부터 뭔가 개인적 이득을 기대했겠지

 

내가 제대로 읽어낸다면

 

바로 내 손 안에 실마리가 있어

 

집사 브런튼과 하녀 하울즈
모두에 얽힌 진실에 대한 실마리지

 

태양은 어디 있나
떡갈나무 위에...

 

그림자는 어디 있나...

느릅나무 밑에!

 

-이곳이 느릅나무가 있던 덴가?
-그렇지

 

높이가 얼마나 됐었는지
아는 건 불가능하겠지?

 

바로 알려줄 수 있네, 19.5m(64ft)야
* 1 ft = 30.48 cm = 0.3048 미터

 

옛 가정교사 덕분이야
내게 삼각법 공부를 시키곤 했는데

 

그래서 소시적엔 영지 내 모든 나무랑
건물의 높이를 다 알고 있었지

 

자네 스승님께 감사드리네

 

브런튼이 비슷한 질문을 하진 않았었나?
바로 이 잔디밭에서?

 

자네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군

 

브런튼?

 

여기서 뭐하는가?

 

-저녁나절을 즐기고 있습니다
-여긴 내 전용 뜰이라네

 

죄송합니다만 한말씀 여쭙겠습니다

 

여기 있다 벼락맞아 쓰러진
느릅나무 말인데

 

그 높이는 기억하지
못하시겠지요, 그렇죠?

 

왜 그런 건 알려고 하나?

 

에, 제가 트레갤리스 씨랑
좀 입씨름했습니다

 

저는 15미터(50ft)라 그랬는데
그는 더 크다고 해서

 

푼돈 내기를 걸었거든요

 

으흠, 자넨 돈 잃었네, 브런튼

 

19.5미터야

 

아하, 그렇군요?

 

내기는 내기니 돈을 지불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주인님

 

-홈즈?-하!

 

세상에 이럴 수가!

 

이제 느릅나무 그림자가
어디에 드리울지 찾아야 해

저 떡갈나무 위에 태양이 올랐을 때 말야

그건 어렵겠는데, 홈즈
지금은 나무도 없잖아

이봐, 왓슨, 브런튼이 할 수 있다면
우리라고 왜 못하겠나

 

삼각법에 해답이 있어

 

머스그레이브, 저택에 있는
모든 낚싯대를 가져다 주게

 

-홈즈
-응?

 

-난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어
-아주 잘 만들었는걸!

 

-머스그레이브
-집안의 모든 낚싯댈 긁어왔네

 

고마워

 

대자 좀 주겠나, 왓슨

 

자넨 이걸 좀 잡아 주게, 이것도

 

자, 왓슨, 이 끈의 끝을 잡고
이 낚싯대의 아래쪽에 붙들어매 줘

 

좋아, 그걸 다 하고 나면
의식문을 가지고 뜰에서 만나세

 

이 그림자 길이를 재어 주겠나, 왓슨?

 

-2.7미터(9ft)야
-그럼 우리의 계산은 이제 간단해

 

1.8미터(6ft)의 낚싯대가
2.7미터(9ft)의 그림자를 드리운다면

 

19.5미터(64ft)의 나무는
얼마나 긴 그림자를 만들지?

29.8미터 (98ft)

 

29.3미터 (96ft)

 

맞아 그렇지

 

그리고 두 그림자는
당연히 나란한 방향으로 뻗겠지

 

왓슨, 봐!

-내 측정과 5센티(2in.)밖에 차이 안나
-브런튼이 남긴 자국이군

 

이제 걸음 수를 낭독하게

 

서쪽으로 8하고 8

 

64!

- 다음 남쪽
- 남쪽!

7하고 7!

 

49!

 

서쪽으로...

 

6하고 6

 

36, 그리고?

 

남쪽, 5하고 5

 

다음?

 

둘 하고 둘

 

하나, 둘, 셋, 넷...

 

이럴 리가 없는데

 

-자네 계산에 착오가 있었나봐
-그럴리는 없어

 

브런튼은 여기 안 왔어

 

'2하고 2, 그리고 그 아래'...

 

이 돌들은 오랜세월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았는걸

 

'그 아래'...

 

홈즈!

 

'그 아래'를 빼먹었네

 

-밑에 창고 같은 게 있나?
-이 집만큼 오래된 창고지

 

바닥에 나무를 깔아 뒀었는데...

 

이건 브런튼의 머플러네
맹세해도 좋아

 

왓슨!

 

경감, 이쪽은 제 친구인
왓슨 박사님이오

 

경감님, 저는 법의학 쪽에
경험이 있습니다

 

이 남자는 이틀 전에 사망했고
사인(死引)은 질식사입니다

 

다른 부상이나 타박상은 없었나요?

 

전혀요

 

-그럼 사고인가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 곳에 혼자 들어갔다가

 

입구돌이 떨어져 갇힌 거겠죠, 가엾게도

 

레지날드 경, 귀댁의 집사가
안쓰는 창고에 내려갔다고 하셨는데

 

거기엔 무엇하러 갔던 겁니까?

 

집사의 업무란 별별 일이 다 있는 법이죠

 

나는 짐작조차 가지 않소이다

 

저택의 그 구역에서 아무리 도움을
외쳐봐야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겁니다

그점을 염두에 두셔야겠죠

 

-트래갤리스!
-레이첼!

 

그년이 그랬어!
그일 죽였다고!

 

그래서 달아난 거에요!

 

-딸애를 챙겨
-레이첼이라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인들이 동요하는 것도 당연하죠

 

레이첼은 누굽니까?

 

제 하녀 중 하납니다
브런튼이랑 약혼했었죠

 

그만 얼굴을 가려 주시겠소

 

그가 행방이 묘연해지자 그애는
상심한 나머지 앓다가 없어졌죠

 

그 여잘 찾아봐야겠군요

 

저 여자도 심문해 봐야겠고요, 경사!

 

좋아, 실어가

 

박사님도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홈즈, 이 지역 경찰이 왔네

 

이 끔찍한 건이 공개되지 않도록
자네가 납득할 만한 언질을 좀 주면 ...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벌인
내 수사의 결과는 실망스러워

 

의식문에서 언급한 장소에 닿기만
하면 수수께끼는 풀리리라 여겼는데

 

그 장소를 찾은 지금도

 

자네 집안이 이렇게 애써 은폐한 게
뭔지 도통 알 수 없으니 말야

 

그래도 자넨 브런튼의 행방을 찾았잖나

 

원인은 모르잖나

 

어째서 이런 운명을 맞았는지,

 

사라진 하녀가 어떤 식으로 관계했는지?

 

홈즈의 방식에 대해 설명해 드려야겠네요

 

그 자신을 당사자의 입장에
놓아 보는 겁니다

 

일단 그의 지적 능력을 가늠해 보고

 

그 다음

자기가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는 겁니다

 

이번 경우

 

브런튼의 지적 수준은 일류라네

 

그러니 "개인오차" 같은 걸
상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천문학자들이 쓰는 용어랍니다

 

그는 뭔가 숨겨져 있는 걸 알았고

 

장소도 찾아냈어

 

자기 혼자 들어올리기엔
돌문이 너무 무거움을 알아차렸을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외부인의 도움은 어려워
믿을 만한 사람이 없으니

 

그럼 내부인의 도움을 받자, 근데 누구?

 

레이첼

 

그녀는 아직 그를 사랑해
눈을 보면 알 수 있었지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왔어, 내 사랑

 

내가 어리석었어
사랑받을 자격도 없는 놈이야

 

그렇지 않아

 

-날 용서해 줘
-뭘?

 

나에게 당신만한 사람은 없었어

 

그 누구도 당신만한 이는 없었어

 

당신의 영혼을 갉아먹는 건
바로 이 집이야

 

여기서 나가 같이 도망치자

 

새로 시작하는 거야

 

당신 진심이야?

 

리처드, 당신은 분방하게 사는 사람이야

 

나를 사랑한 적은 없었어

 

아니야

 

당신의 미모랑 영혼까지 모두 사랑해

 

우린 잘 어울리는 한쌍이야

 

내 머리랑 당신의 상냥함이 있는데

남들 시중이나 들고 있을 필욘 없잖아

 

바깥 세상이 우릴 부르고 있어, 내 사랑

 

무일푼으로 도망갈 수는 없잖아요

 

필요한 돈은 생기게 될 거야

 

이 집에 숨겨진 뭔가를 발견했는데
영주들이 못 보고 지나친 물건이지

 

내가 찾아냈으니 챙기기만 하면 돼

 

하지만 당신도 같이 가야 해
당신 없이는 못 살아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 레이첼

 

무슨 돈?
뭘 찾아낸 거야?

 

따라와

 

겉옷 챙겨 입고 오면 보여줄게

 

소리 내지 말고

 

이 돌 아래에 있어
이걸 들어올려야 해

 

저 나무를 들고 있다가

 

내가 들어올리면 뚜껑을 받치는 거야

 

하라는 대로 해, 이 여편네야!

 

준비됐지?

 

하나 더!

 

저기 있는 걸로 하나 더

 

이 나무쪽에 보면 약간 눌린 자국이 있어

 

여기에도

 

돌의 무게 때문에 생긴 거야

 

여인의 몸으로 힘든 일이었겠군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버팀목으로 사용되었겠지

 

저기 우리 보물이 있어

 

저 상자는 2세기 이상
이곳에 잠자고 있었지

 

훔쳐가게?

 

아무도 존재를 모르는 물건이니
훔치는 게 아니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알았어?

 

머리를 썼지
역사랑, 수학을 동원해서

 

등불 좀 들어줘

 

등불을 더 가까이

 

부자가 된다더니!

 

정말 대~단한 보화로군

 

조용히 해

 

분명 값어치가 조금은 있을 거야

 

참 똑똑한 양반이셔!

 

제 꾀에 제가 빠졌구만

 

당신 주인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더니!

 

-조용히 하라니까!
-당신 수작은 알고 있었어

 

단지 내 완력이 필요해서
부른 거지, 낭군님?

 

그게 보물이었으면
당신은 나를 놔두고 도망쳤을걸?

 

그년이랑 달아났겠지!

 

믿은 네가 바보지

 

자, 이거 받고...

 

여기서 나가게 도와줘

 

레이첼!

 

레이첼!

 

내 사랑, 구해줘

 

숨이 막혀

 

어서 홈즈 씨를 불러와 줘

 

제발, 내 사랑

 

레이첼!

 

제발 도와줘

 

레이첼!

 

레이첼!

 

도와줘!

 

레이첼!

 

구해줘!

 

레이첼!

 

레이첼 나좀 구해줘!

 

그걸로 다음날 아침 식사 때 봤던
그녀의 파리한 안색과 착란증이 설명되지

 

곰팡이 뿐이네

 

근데 그 상자에 있던 건 뭐였을까, 홈즈?

 

찰스 I세잖아

 

찰스 I세 은화 말고도 뭔가 더 있을 걸세

 

소택지에서 건져낸 보따리 안에

 

여러분, 여길 보게

 

보석이잖아

 

-가보(家寶)인가 보군요
-그럴지도요

 

조상인 랄프 머스그레이브 경이
걸출한 기사였다고 했지?

 

그래, 그분은 공화정 때 방랑하던
찰스 II세의 측근이었지
* 올리버 크롬웰의 통치기간 (1849~53)

 

그걸로 마지막 연결고리가 생겼어

 

이 사실을 마음에 새겨 두게
귀족들이 떨려나 망명할 때는

귀중한 소유물들은 어딘가에
묻어두고 간다네

 

나중에 잠잠해지면
돌아와 찾아갈 수 있도록

 

금이야, 머스그레이브

 

왓슨, 내 생각에 자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 귀중품으로서도 중요한 유물이야

 

대체 이게 뭔데?

 

바로 고대 잉글랜드 왕조의
옛 왕관의 일부분이지

 

왕관!?

 

말도 안돼, 홈즈
너무 황당무계하다고

 

의식문을 떠올려 봐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지?

 

누구의 것이었가?

 

가신분의 것입니다

 

이건 찰스 I세의 처형을 말해

 

누가 가져갈 것인가?

 

이후에 오실 분

 

이건 찰스 II세를 말하는 거지

 

그때 이미 왕정복고가 예상되었던 거야
*1660년 찰스II세의 복귀

 

그러니,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낡고 형체 없는 띠가

 

한때 스튜어트 왕가의 이마를
장식하던 왕관인 거지

 

근데 그게 어째서
우리 집안에 전해진 거지?

 

찰스 I세가 목이 잘린 후 그 왕관은

 

조각조각으로 찢어져서
천 기니씩 받고 팔렸지

 

그 이후 행방에 대해선 오리무중이었어

 

지금까지는

 

근데 왜 찰스 II세는 복고 이후
관을 되찾아가지 않은 거지?

 

그건 영영 답할 수 없는 질문일지도 몰라

 

자네 조상님이 작고하실 때
어떤 실수로 인해

 

의미를 설명해 주는 과정이 누락되어
이 방침만이 후손에게 남은 거겠지

 

대대로

 

결국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
그 안의 비밀을 알아내긴 했지만

 

그 와중에 자신의 목숨을 잃었지

 

레이첼!

 

레이첼!

 

통나무는 저절로 미끄러진 거고

 

레이첼에겐 단지 침묵한 책임만 있을까?

 

정열적인 켈트 인의 혼을 가진 여자였지

 

남자가 그녀를 속였고
그의 목숨은 자기 손에 있었어

 

보복하기 위해 돌문을 닫았던 건 아닐까?

 

버팀목을 치운 건 그녀의 손이었을지도

 

근데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헐스톤을 등지고 멀리 달아났겠지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로

 

번역&자막 : fithelestre@sano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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